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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긴 여운을 느낀 드라마였다. 영상미며 스토리 개연성이며 배우들의 연기며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파트2가 기다려진다. 다 풀리지 않은 캐릭터들의 서사도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지 씬마다 복선이나 숨겨진 의미를 찾게 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예상해 보게 된다. 평소 복선 찾고 결말 예상하고 이런 걸 잘 못하는 편이지만 내가 이맘때쯤 이런 걸 좋아했구나 추억하기 위해 리뷰를 남겨본다.

1. 장현과 길채

꿈속에서 해 문양의 수를 놓다가 떨어진 붉은 실패를 따라 달려간 끝에 만나게 되는 이가 자신의 서방님 될 분이라고 확신하는 길채. 보통 인연은  붉은 실로 이어져 있어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여러 계절을 거쳐 옷이 더러워지고 행색이 초라해질 정도로 길채가 달려간 곳에 장현이 서 있는데 그를 만나는 데 그만큼 오랜 시간, 험난한 일들을 겪은 후에 만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장현에게 '꽃 소리'와 '달빛'은 길채를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이다. 첫 화에서 장현이 "들리는가, 이 소리. 꽃 소리."라고 말한다. 효종 10년대까지도 장현은 길채를 그리워하는 듯하다.

길채가 함 받을 때부터 입고 있던 옷과 장현이 길채에게 준 꽃신 색이 너무도 깔맞춤인 건 그냥 우연인가.

2. 혜민서에 갇힌 백발의 광인은 누구?

1화 선세자(소현세자) 승하 후 발견된 사초에
'그때의 군관 무리 중에 혹 군관답지 못한 자가 있어 보도하는 도리를 잃어 과연 세자를 미혹하여 그릇된 일을 담기게 하니 무리 중 하나가 하늘의 벌을 받아 점차 광증이 생겨 상께서 이르길 다시는 해를 볼 수 없게 하라.'

여기서 군관답지 못한 자는 이장현. 광인은 군관 무리 중 하나이고, 자신을 소현세자의 충복이라 말하며, 지평 이립이 백발 광인을 '자네'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사내인 량음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량음이 스스로 선세자 저하의 충복이라고 말하기엔 그저 장현을 따라 함께 했던 것이었고,
혜민서는 지체 높은 집안에서 쉬쉬하며 정신이 온전치 못한 가족을 맡기는 곳인데 공노였고 소리꾼이었던 량음의 신분 또한 그에 맞지 않다.

만약 길채라면 신분상, 장현을 '그이'라고 부르는 호칭 상 맞을지는 모르나 길채 역시 소현세자의 충복이라고 하기엔 파트1에서 소현세자나 강빈과의 연결고리가 없다. 파트2에서 어떤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소현세자가 죽고 세자빈 강씨 일가가 죽임을 당할 때 그들의 신하였던 장현과 길채 또한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그리고 수년동안 갇혀 있던 사람인데 장현과 길채가 그렇게 오래도록 떨어져 있었다는 건 왠지 드라마 흐름상 맞지 않을 것 같기도.
('그이'가 데리러 온다는 호칭에서 여인인가 싶었지만, 광인인 척하는 사람이니 장현을 부르는 호칭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백발의 광인은 미치지 않았지만 미친 척 수년간 혜민서에 갇혀 있다. 그리고 왕이 해를 볼 수 없게 하였지만 갇힌 이 중 유일하게 볕이 드는 곳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까마득한 웃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럼 백발의 광인은 미친 척 혜민서에 갇혀야만 하는 사정이 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3. 해의 의미

길채가 꿈에서 수놓던 붉은 해, 그 붉은 실을 따라 다다른 끝에 석양(?) 아래 서 있는 장현, 혜민서 백발의 광인이 바라보던 해. 아마도 '해'는 장현을 상징하는 것 같다. 사초에 적힌 '해를 볼 수 없게 하라' 에서의 '해'도 어쩌면 '태양'과 '장현'이라는 이중적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4. 량음

만고절창 량음. 그 캐릭터에 맞게 좋을 량良, 소리 음音자를 써서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인물소개에  제 나이 열두 살에 여인의 분향보다 사내의 땀냄새에 반응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적혀 있다. 열두 살에 공노의 신분으로 장현을 처음 만나 목숨을 구하고 그 후로 쭉 가족보다 더 가까운 벗으로 지냈을 걸로 예상한다.(인물관계도에서는 의형제) 정묘호란 때도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았을까.

파트1 마지막에 장현이 량음을 두고 떠나긴 하지만 그렇게 쉽게 연을 끊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닌 듯하다. 초반에 오랑캐에게 량음이 죽을뻔했을 때 "만약에 너 잘못되면..."이라는 장현의 말에서 량음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느껴진다.

량음은 평소에 동갑내기 벗처럼 장현에게 말하지만 자신이 장현을 괴롭게 만들거나 미안할 때 형님이라 부른다.

그리고 평생 장현과 함께 하기를 꿈꾸는 듯하다.
장현과 함께 청나랑 노진에 가기 전 "죽어도 좋지...같이."라는 대사에서 나중에 길채에 대한 질투와 분노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량음은 언제나 장현을 살리는 선택을 한다. 청나라 노진에서 장현과 죽을 뻔했을 때도, 병자호란 이후 심양에서 장현이 죽을 뻔했을 때도,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를 구하려 한다. 하지만 그럴 때 오히려 칼날이 돌아오듯 장현이 괴로워지기도 하는 듯하다. 심양에서 량음은 장현을 살리기 위해 홍타이지를 찾아가지만 반간계라는 덫에 장현이 걸린 것 같으니.

장현은 언제나 길채를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고, 량음은 장현을 위해 목숨을 거는데 심양에 가 있는 동안 구원무와 혼인하려는 길채에게 경멸과 분노를 느끼는 게 당연할 수도.

5.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

량음이 장현에게 들려준 갑돌이갑순이 이야기는 연준을 향한 길채의 마음이 영원할 수도 있다고 장현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량음이 한 말이지만 결국 죽기까지 변하지 않을  갑순이와 같은 자신의 마음을 말한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지만 장현 또한 송추할배와 이랑을 통해 변치 않을 사랑을 이미 목격했다.

6. 이장현

장현에게 '절(節)'은 상처이고, 명분만 앞세운 허례허식 같은 것이지 않을까. 능군리 서당 시험에서 '여인의 정절, 신하의 충절, 또한 아들과 백성이 지켜야 할 절'에 대해 쓰라고 하자 시제가 시시해서 못쓰겠다며 회피한다.
인물소개에 보면 '그날' 이후, 인생사를 매우 심플하게 정리했다고 나온다. '그날'이라 하면 장현이 떠올리면 괴로워하는 "아버지, 제발..."을 외치는 날일 거다. 그날 이후, '절' 혹은 체면보다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지 않았을까. 그래서 남들 시선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길채에게 한없이 마음이 간 것은 아닐까.(물론 첫눈에 반하기도 했지만)
청나랑 노진에서 최명길이"아비 없는 자식의 슬픔을 아는가."라는 말을 듣고서 전쟁을 끝낼 방법을 일러주기도 하고, 인조 대신 청의 볼모로 끌려가는 아들 소현세자의 앞날을 궁금해하며 청으로 함께 가는 장면에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7. 연인

드라마 제목에도 나와있듯 '몹시 그리워하고 사랑한' 연인. 길채와 장현, 은애와 연준, 돌려받지 못하는 량음의 마음 모두 제목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장현과 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장현과 량음은 어떻게 무술에 능하게 되었는지, 송추할배와 어떤 연이 있는 건지, 포로로 잡혀가던 양천은 어떻게 된 건지, 량음은 홍타이지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량음과 장현 모두 목숨을 구한 건지, 효종 10년에 장현은 왜 1대 100으로 싸우는지 궁금한 게 참 많다.

파트 1 10화에서 조선인 포로를 잡아 청나라에 바치던 장현이 2년 후에는 잡지 못하게 방해하는 걸로 봐선 소현세자 부부가 청으로부터 땅을 받아 농사를 짓고 하면서 부를 쌓고 포로를 구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길채가 기방과 청나라 사신을 상대로 이문을 남기는 장사를 하는데 그 접점으로 봐선 량음이 길채를 청나라 포로로 가게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굳이 장현이 있는 청으로 보내는 게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파트2에서는 인조나 효종의 신뢰를 얻은 남연준과 인조의 냉대를 받는 소현세자의 무리인 이장현 구도로 갈등이 고조되어 가지 않을까. 다만 남연준이 후에 이장현과 길채를 돕지 않을까 근거 없는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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