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학원을 다닐 때 본인이 속한 반 분위기와 주변 학생들의 경제적 여건이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와 학원만족도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성향과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고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 외의 요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나는 8주 동안 어학원을 다니면서 영어 표현 몇 개와 입 트는 연습을 했다는 것 외에는 돈이 아깝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감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친한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자주 어울릴 수 있는 친구를 만들지 못한 이유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다른 핑계를 더 대자면

 우리 반은 유독 정적이고 개인적이었다

우리 반이 10명이라고 하면, 한국인:브라질리언: 타 국적=4:4:2 혹은 5:4:1이었다. 국적 비율이 좋지 않아도 다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였다면 괜찮았을 텐데, 대부분 같은 국적 친구들과 어울리는 반 분위기였다. 특히 브라질리언은 반 상관없이 자기네들끼리 뭉치는 걸 좋아했다. 게다가 우리 반에 있는 대부분의 브라질리언 친구들은 그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편이어서 활발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다시 말해, 10명 중 6~7명은 수업 종료 후 바로 귀가하고, 그중에서 남은 사람은 같은 국적인 친구와 어울리는 분위기였다는 것.


● 어울리던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

나도 방과 후에 반 친구들과 펍에 가거나 주말에 공원에 가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그런 기회를 가질 순 없었다. 내가 어울렸던 친구들은 방과 후에 일을 하거나 집이 런던 외곽에 있어 통학 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었기 때문에 일찍 귀가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확실치는 않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때 이것저것 재지 않고 여유롭게 돈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이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경제적 여건 때문에 저렴한 어학원을 골랐을지도 모른다.


● 불만족스러움을 느꼈음에도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학원생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해보면, 참석률이 낮아 얼굴조차 보기 힘든 우리 반에 비해 다른 반 친구들은 엄청난 친밀감을 보였다. 나는 어학원을 다니면 수업과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에 노출될 거라고 기대했었다.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밀감을 쌓고 방과 후에는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학원에서 마련한 단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반 친구들도 만나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 그래서 나는 반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내가 수강할 수 있는 수업시간(오전에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후 수업만 가능)과 레벨을 모두 고려했을 때 사실상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8주가 그리 길지 않고, 시험성적에 따른 새로운 반편성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8주 내내 유난히 정적이고 개인적이었던 반 분위기는 계속 그대로였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반을 바꾸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었다.


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내가 선택한 어학원에는 나와 비슷한 여건에 있는 사람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같은 학원이라도 반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 수업 기간이 짧더라도 본인이 불만족스럽다고 느낀다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노력을 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