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가 스타벅스 일을 구할 즈음, 런던 외곽에 있는 한국 물류회사에서 채용 합격 연락을 받았다. 일정기간 일을 잘하면 취업비자를 발급해 줄 가능성이 있는 회사였다(정말 취업비자를 내주는지 말뿐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고 내용상 그랬다). 그리고 운 좋게 스타벅스 면접도 합격했다.

고민 끝에 런던 센트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결정적 이유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어벤져스급 원어민(?)들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인 1명, 호주인 1명, 영국인 3명...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런던에서 이렇게 영어권 원어민이 많은 파트타임잡을 구하기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함께 일하면 영어가 좀더 빨리 늘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따라 해 보고 대화도 많이 하면 늘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과 있으면 오히려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해야 할까. 그들끼리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말하는 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내 영어 능력이 워낙 형편없기도 했지만 정말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막이 없으면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대화에 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난 소심했다. 못 알아듣는데 기세 좋게 치고 들어갈 배짱도 없었다.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거나 일대일로 대화할 때가 아니고는 말을 거의 안 하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원어민과 같이 일하기만 하면 언어 능력이 금방 늘 거라고 생각한 건 그저 착각이었다는 걸. 그냥 막연한 기대감이었다는 걸.

내 영어 실력은 여전히 초급 수준이다. 영국에 1년 넘게 있었다는 게 무색해지고 영국워홀 갔다 왔다고 밝히는 게 무서울 정도로.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면 어느 정도 영어가 늘지 않겠어? 이런 안일한 기대감으로 다녀온 결과일까.


※ 내 모든 영국워홀 관련 포스팅은 나의 소심함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에 따라 그 결과가 확연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런던 셀프 트래블
박정은,전혜진 공저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안병억 저
코리안빌리의 인생이 바뀌는 영어
공성재 저
예스24 | 애드온2
댓글
공지사항